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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호주 번버리항(한국과 호주 선원들의 의견충돌)

등록일 : 2015/03/02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준설선 요원들의 단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는데, 이 공사에서는 한국인 선원과 호주인 선원이 함께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다.

 

호주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한 곳으로 외국인들이 취업하는 것을 꺼려, 처음에는 준설선만 끌고 와서 호주인 선원들을 고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현대건설로서는 공사 진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선원들이 꼭 필요하였으므로 호주의 노조측과 협상 끝에 호주인 25명과 한국인 25명을 쓰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생활 풍습이나 가치관, 기질 등이 판이하여 한국인 선원과 호주 선원들과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호주인 선원들로부터 작업 및 거주환경이 불편하다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

 

현대건설은 준설선을 구입한 후에 이를 한국인에게 편리하도록 한국식으로 개조하였는데, 호주인들은 이것이 불편하다고 서양식으로 다시 고치라는 것이었다. 호주는 노동조합이 강력한 곳이라 이런 불평을 그냥 묵살할 수만은 없었다. 또한 입찰당시 예측했던 것보다 바위가 많이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 당국에서는 추가비용을 주지 않으려 했고, 그대로 시공하자니 비용이 엄청나게 들 것 같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한 끝에 계약서 중 ‘불가항력’이라는 항목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그 내용은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하는 사항은 불가항력과 같다는 것. 마침 호주의 전 건설국장이 다른 회사에 자문했던 기록에도 바위가 2만㎥로 예측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실제 바위의 양은 15만㎥ 였다). 이 기록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하여 어느 회사의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있던 그 사람을 찾아내 보고서의 사본을 얻을 수 있었다. 사본을 당국에 제출하고 ‘불가항력’이었음을 주장, 추가비용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호주 당국에서는 추가금액을 지불할 바에야 자기 나라 회사에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지 바위 부분의 준설을 다른 업자에게 맡겼다. 결국 현대건설은 토사만 준설하고 준공 증명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