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 2015/03/02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간 긴박한 상황 속에서 특별전세기 1대가 쿠웨이트공항을 이륙했다. 이라크가 미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쿠웨이트에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SK건설이 `쿠웨이트 정유공장 화재복구 공사(RPMAA)' 현장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급하게 인도행 전세기를 마련한 것이다.
SK건설은 한국 직원뿐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등 제3국 노동자 500여명도 함께 전세기에 태웠다.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을 자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지에 남겨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SK건설 전세기의 이륙은 미국의 이라크 폭격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다른 외국기업들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서둘러 짐을 싸 빠져 나갈 때 SK건설은 발주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현장을 지킨 것이다.
50여일이 지나 전황이 호전되자 SK건설 직원들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공사가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와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제3국 노동자들의 현장 복귀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에 참여했던 외국인 노동자의 90%가 돌아왔다. 이라크전쟁 직전 위급한 순간에 자신들을 무사히 대피시켜 준 SK건설의 신의에 보답한 것이다.
공사는 이듬해 1월, 3년 만에 마무리됐고 발주처는 SK건설의 위기관리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조건에서도 하자 없이 제 때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신뢰를 심어준 이 일화는 SK건설이 쿠웨이트 플랜트 건설의 최강자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1994년 프로판 탱크 공사 수주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공사기간과 품질, 연구·개발 등 한결같은 모습으로 쿠웨이트 주요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SK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쿠웨이트 건설 공사 수주 70억 달러 돌파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