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 2015/03/02
썬텍시티는 8층 규모의 컨벤션 센터와 18층 규모의 업무용 빌딩, 45층 규모의 오피스 타워 4개동, 그리고 이들을 잇는 병렬상가인 포디움으로 구성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대형 복합건물 단지이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 국제 전시장(Singapore International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이라 불리는 컨벤션 센터는 싱가포르 최대 철골구조물로 공사 초기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으며, 6층 컨벤션홀은 내부기둥이 없는 가장 넓은 실내공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진기록을 낳기도 하였다.
정상락 상무보는 보다 직접적인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썬텍시티 현장에 공구장으로 자원했다. 그리고 처음 시도되는 공정들에 최선을 다했던 그의 노력은 썬텍시티가 1998년에 싱가포르 건설청으로부터 ’97 싱가포르 건축대상(CIDB : The Construction Industry Development Board) 상업건물부문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며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정상락 상무보는 1979년 4,1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 주택공사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 하우징 프로젝트를 첫 현장으로, 사우디 마을공사, 인도 뭄바이 나바쉐바 항만공사,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공사 등 해외지역의 대규모 현장에서 주로 근무했다. 그런 그가 싱가포르와 긴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말이었다.
“해외현장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 현대건설에 입사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근무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썬텍시티는 발리 공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령을 받았거든요. 다시 가족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역사에 남을 대규모 프로젝트를 거절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썬텍시티 현장은 단순한 현장체험으로는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철골구조물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다, 컨벤션 센터는 이미 전시회 일자가 예약돼 있었기 때문에 시간마저 촉박했다. 게다가 45층 규모의 오피스 타워는 당시로서는 초고층 빌딩에 해당하는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였다.
“사실 썬텍시티는 싱가포르 현지 건설업체와 일본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하구조물과 지상 1층까지의 기초공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공사 진행이 미흡하자 발주처가 남은 공사를 국제 공개입찰에 부쳐버린 거죠. 마침 우리 현대건설은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통해 대형 철구조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고,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마리나 센터, 창이 공항 등의 공사를 통해 그 기술력을 인정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 공사를 쉽게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드번스 공법으로 컨벤션 센터의 2400톤 지붕구조물 등의 난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남은 추가공사까지 우리가 시공하게 된 것이지요.”
썬텍시티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I.M. 페이가 중국의 풍수를 응용해 설계한 건물이다. 컨벤션 센터가 팔목, 업무용 빌딩과 오피스 타워가 손가락, 그리고 물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설계된 분수가 손바닥을 상징해 거대한 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당시 정상락 공구장은 이 ‘거대한 손’을 완성하기 위해 100명의 직원들과 함께 완벽한 호흡을 맞춰내야만 했다.
“가장 난공사는 아무래도 컨벤션 센터지요. 10개의 하이드로 잭으로 들어 올리는 철골공사도 힘들었지만 가장 고생했던 것은 마감공사였습니다. 모든 마감이 모듈화 되어 있어서 조금만 틀어져도 마감을 할 수 없는데다, 시간도 촉박해 숍 드로잉을 그리면서 시공을 하는 ‘패스트 트랙(Fast-track) 방식’으로 진행됐거든요. 또 오피스 타워 같은 경우는 6일 사이클로 45층을 세워 나갔습니다. 우기 때에는 사이클을 맞추느라 건물 위에 텐트를 치고서 작업하며 기일을 맞추기도 했고요.”
난공사에 부딪힐 때마다 당시 정상락 공구장이 떠올린 것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동안 그는 어느새 초고층 건물의 양중 계획에 대한 전문가가 돼 있었으며, 공사를 마치고 그가 쓴 리포트는 국내 초고층 건물 공사의 필수 참고자료가 됐다. 그리고 1997년 모든 공사를 마친 썬텍시티는 준공에 맞춰 기념우표가 제작되고, ’97 싱가포르 건축대상 최우수상을 수여받는 등 싱가포르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