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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레눈 수력발전소(지옥 같은 터널 속에서)

등록일 : 2015/03/02

“아직도 비 오는 밤이면 열대 밀림 속 원숭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합니다. 사이드 미러가 닿을 듯 말 듯하게 스쳐가던 현장 진입도로 위 차량들의 상습적인 곡예운전, 그리고 동남아 근무자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두리안의 중독적인 향기까지도…….”

지금도 안국문 차장은 레눈 수력발전소 현장을 생각할 때마다 기억에 새로운 그림들이 떠오르곤 한다.

 

레눈은 북수마트라의 수도 메단으로부터 130㎞ 떨어져 있다. 거리로는 130㎞지만 길이 험해 시속 40㎞로 차를 운행하여 3시간 남짓 걸린다. 1,500m 고지의 현장은 밤에는 난로를 켜고 자야할 만큼 기온차가 크다고 한다. 화산폭발로 생긴 토바(Toba) 호수는 소양강호 약 8배 규모다. 안국문 차장이 현장에 도착하여 처음 바라본 토바 호수 주변은 마치 천국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레눈 수력발전소는 토바 호수 역방향으로 흐르는 레눈강, 주변 소하천 물을 집수시켜서 발전 후 갈수록 줄어드는 호수의 수량을 유지시키는 다목적 대 토목공사였다.

물을 집수시켜 발전하기 위해서 24㎞의 지하 도수터널을 뚫어야 한다. 1995년 3월 시작해 2000년 3월 완공예정이었으나, 공기가 지연되었다. 안국문 차장이 현장에 발령받았을 때는 터널 굴착이 LOT-II 4㎞ 지점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고, 1,000명에 달하는 현지 근로자들의 노무관리가 불안하며 주력 하도업체 진로건설은 부도로 한국으로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공사 지연 사유는 당초 설계와 지질 조건이 달랐다. 초당 600㎜의 용출수가 쏟아져서 굴착장비인 TBM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공정상 월 400m씩 뚫고 나가야 하는데 월 50m도 못나가고 있었다. 누구 책임이냐를 놓고 발주처, 기술회사, 시공사 사이가 대립관계에 빠져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이현수 소장이 부임하면서 발주처가 시공사인 현대건설에게 공사완공을 위한 설계 변경안 제출을 요청했다. 기술회사가 발주처의 불신을 사면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에게 해결책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 전에는 현대건설 측 공사부장이 기술회사에 의해 귀국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회의과정에서 책상을 치며 도를 넘게 항의했다는 이유인데, 현장에 적합한 공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기술적으로 입지가 불리해지니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새로 부임한 현대건설 소장은 발주처의 신뢰를 확보한 후 터널내 과다용수에 대한 Watertreatment와 콘크리트 타설에 대한 치밀한 터널 연구 및 시공대안을 제시하여 기술회사와 발주처의 승인을 받았다. 이 공법(PC-Segment 제작 설치 등)은 시공단가가 높았지만 품질 및 공기 단축 확보와 획기적인 시행률 개선을 가져왔다.

 

터널 속은 물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고 먼지와 소음, 진동으로 지옥 그 자체였다 또한 긴 터널 속에는 화장실이 제대로 없었다. 그 자리에서 ‘묵직한 것들’을 풀어내면 물에 둥둥 떠내려가서 뒤에 있는 작업자에게 ‘접촉’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현장은 24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물을 뽑아내는 펌프가 멈추면 그대로 모두가 수장되기 때문이다. 현지 경찰 등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치안상태로 외국인의 신변불안, 공사용 자재도난 사고도 빈번했다.

 

그래서 레눈 현장은 당시 파푸아뉴기니의 용키 댐과 함께 해외현장 3대 오지 중의 하나였다. 현장 사무실에서 공사 현장까지는 밀림지대를 지나야 했다. 원숭이들이 떼로 몰려다녔고 야생 멧돼지, 곰의 흔적도 곳곳에 눈에 띠었다.

 

“북수마트라는 세계 3대 호랑이 서식지로 유명한데, 가끔 주민들이 호랑이 가죽을 팔기 위해 숙소로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은 금방 잡은 멧돼지를 한 마리 통째로 싣고 오기도 했고 뱀과 곰쓸개도 팔러 왔어요.”

 

안국문 차장은 레눈 현장에서 오지체험을 톡톡히 했다. 최초 5년짜리 프로젝트가 10년을 넘기면서 대개의 장기 지연공사는 경상비 증가로 악성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현지 실정에 적극적인 대응과 현장관리 철저, 설계변경, 클레임을 통해 당초 125% 넘는 시행률을 73.5%로 마무리 지은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추정되고 있다.

 

공사기간 중 동남아시아는 외환위기로 달러당 현지 환율이 1/2,400에서 1/16,000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현장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현장 직원들은 묵묵히 지옥같은 터널을 파들어 가는 것이 회사의 회생을 돕는 길이라는 인식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였다.

 

2004년 12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인도네시아 아체주 인근 해저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14만 명의 인명손실과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는 회사 지침에 따라 레눈 현장의 주요 건설 장비였던 포크레인 등 16대를 아체주 정부에 기증하여 현지의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