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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미수금을 제로화하다

등록일 : 2015/03/02

걸프전이 종료되기 직전인 1991년 11월에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동부지역에 있는 다란 공항에 내리니 바짓가랑이에 후끈한 열풍이 불어왔다.

 

부임 후 킹파드 국제공항 건설현장에 머물며 주로 사우디지점 업무를 수행했다. 우나이자 병원, 알 콰티프 병원, 얀부 인력개발원 및 리야드 MSD 현장의 하자보수가 우선의 주요 업무였다. 대부분 현장의 하자요인은 방수 또는 구조결함과 관련된 것이었고, 알 콰티프 병원의 하자가 제일 심각한 상황이었다. 1983년 5월 사우디 보건성으로부터 수주한 알 콰티프 병원은 1986년 9월에 완공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385 병상으로 설계가 변경되어 1987년 7월에 준공했다. 그러나 하자보수를 완료하고 최종 완공증명서를 받은 것은 내가 부임한 후인 1992년 5월이었다. 준공 후 무려 5년간 지속적인 하자보수를 했는데도 기성과 P/Bond 는 그대로 묶여 있었다.

 

본사에서는 알 콰티프 병원의 미수금 수령을 가장 큰 현안으로 관리했고, 남정우 사장과 오성환 본부장으로부터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기에 종결할 것을 지시받고 온 터였다. 알 콰티프 병원은 간호원숙소동 지하가 완전히 물바다가 되어 있었고, 중앙병동 지하 일부 벽면에 균열이 발생해 있었다. 동부공항 현장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기능직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에 와서 간호원 숙소동 지하의 물을 퍼내고 있었다.

 

이런 땜빵식 하자보수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리야드로 달려가 발주처인 보건성 관계자들을 설득해 약 3개월간 현장 하자보수를 완료했다. 그런 다음 1992년 5월 3일부로 FAC 를 수령했다. 일사천리로 P/Bond는 해지했으나, 미수금 수령을 위한 보건성 내부절차와 재무성 파견관의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재무성 파견관이 한 달 만에 결재를 했지만 보건성차관과 장관은 면담도 되지 않고 두 달 이상 지연되고 있었다. 매일 보건성에 출근하면서 감독관과 국장을 설득했으나 ‘In Sha Alla(신의 뜻대로)’였다.

 


답답한 세월을 몇 주 보내다가 평소 스승으로서 많은 도움을 주던 King Saud 대학교의 자말 교수를 찾아갔다.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사우디의 로열 패밀리, 정?관계에 인맥이 두터운 자말 교수의 도움으로 보건성 장관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1993년 초에 보건성 장관이 서명한 미수금 파일이 재무성으로 이관되었으나 재무성에서도 서류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재무성에 출근해 어떨 때는 하루 종일 면담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오는 사례도 허다했다. 6개월이 지난 1993년 8월에서야 ‘보건성에 대한 예산집행이 후순위여서 어려우니 좀 더 기다려 달라.’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FAC를 수령하고 1년 반이 지나도록 미수금을 수령하지 못해 본사에 미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또 자말 교수를 찾아갔다. 자말 교수는 국왕에게 탄원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본사 법무팀의 자문을 받아 초안을 작성하고, 국왕 비서실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전직 왕실 변호사를 통해 약 20페이지 분량의 탄원서를 만들어서 국왕 비서실에 제출한 때가 1994년 6월이었다. 그런데 삼성건설의 파일이 제출순위가 한참 뒤라 국왕 재가에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변호사의 도움으로 1994년 10월에 국왕의 재가를 받을 수 있었다. 파드 국왕은 탄원서 첫 장에 친필로 “삼성건설이 사우디 발전과 의료사업 현대화에 이바지한 바가 큰데 기성이 장기 미수화되어 유감을 표하고, 재무성장관은 삼성의 미수금을 최우선 지급하라.”고 서명했다.

 

1995년 5월에 사우디지점장으로서 지점을 폐쇄하고 귀국할 때까지 3년 반 동안 알 콰티프병원을 비롯해 우나이자 병원, 얀부 인력개발원, 담맘 동부공항 등 4개 현장의 FAC와 미수금 1100만 달러를 수령했으며, P/Bond 900만 달러를 해지하는 등 총 2000만 달러를 정리해 미수금 및 현안을 제로화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