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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산업] 해발 2천 8백m에 새겨진 한국인의 의지, 필자 유영철氏

등록일 : 2015/03/13

사우디아라비아에 해발 2천 8백m의 험준한 산악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해발 2천 8백m라면 우리나라 최고봉인 백두산 높이에 해당되고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 보다 1천m나 더 높은 고지대이다.

 

알주와산 정상에서 보면 험한 계곡을 끼고 아슬아슬하게 돌아가는 신설 산악도로가 보이고 그 중간 중간에 흩어진 양떼들과 함께 인가가 점점이 수놓아져 있다.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달러가 문명을 밝히는 마지막 동네쯤 돼 보이는 오지인 것 같다.

 

평균 해발 2천m 이상의 고지대인데다가 아브하·나즈란 같은 작은 마을도 까마득히 멀리 떨어져 있고, 도로에서 좀 멀리 떨어진 산속에는 아직 수천년을 내려오는 듯 한 움막집이 군데군데 있다.

 

산악을 잘타게 생긴 양떼들이 열 살이 채될까 말까한 소년 목동의 회초리에 몰려 아스팔트 포장길을 줄지어 건너는 알주와 바로 그곳에서 세계 토목공사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공사로 손꼽히는 산악도로 건설을 우리 동아건설이 공기내에 해냈던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 1979년 아스르산 지역에 3개의 산악도로건설공사를 발주했다. 그리스 건설회사와 대만의 회사, 그리고 한국의 동아건설이 각각 맡아 시공한 이 산악도로 건설공사는 공사금액이나 여건들이 서로 비슷한 조건들이었다.

 

3개 공사 지역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모두 2천m가 넘는 산악지대인데다 대부분 풍화암 등 바위로 덮여있어 과연 이 난공사를 공기 내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발주 당시부터 나돌았다.

 

험난한 2천 8백m 고지에서의 작업, 60m 이상의 교각(다리발)을 세워야 하는 계곡 교량공사, 실제 건설되는 도로보다 훨씬 긴 가도로 설치 등 예상되는 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스 건설회사는 계약기간을 1년 연장했고, 대만회사 역시 공사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3개국 회사 중 한국의 동아건설만이 공기 내에 완공시켜 세계 유수의 건설회사와 공사 감독인 「이탈 콘설트」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알주와 산악도로공사 현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막의 나라와는 너무나 다르다. 백두산 만큼의 산악지대라서 나무도 제법 무성하고 때로는 늑대, 여우 등 산짐승이 출몰하여 원숭이나 산양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곳이 바로 알주와 산악지대다. 이 지역은 고도상의 변화나 산악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낮에는 에어콘을 틀어야 할 정도로 더운 반면, 밤에는 히타를 틀고 내복을 입어야 할 정도로 격심한 기온차가 있고, 우기인 3~4월경에는 한 시간에 2백 ㎜의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하는 괴팍한 지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하면 더운 지방으로 알고 있지만 이 공사현장은 사우디 남서부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다가, 금방 생전 보지도 못했던 큼직한 우박이 쏟아져 스레트지붕을 깨기도 한다. 비가 오면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봇물이 터진 것처럼 골짜기로 흘러 내린다. 이렇게 비가 오고 나면 애써 만든 도로가 흔적 없이 떠내려가고 심지어는 중장비도 떠내려간다. 급격히 불어난 물이 큰돌들을 빠른 속도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변덕스런 날씨에 대비해 각 공구마다 무전기를 설치해 날씨를 점검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그래서 우기에는 어떤 골짜기에서는 비가 오고 있으니 계곡에서 일하는 작업요원과 장비는 급히 피하라든가 우박이 쏟아지고 있으니 대비하라는 등의 무전기 소리가 항상 요란하게 울렸다. 우기에는 빈번한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고 구조물이 파손되어 재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는 전 직원과 근로자들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가슴조이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또한 고지대라 기압이 낮고 산소가 부족했기 때문에 늘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최대의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만 했다.

 

근로자들이 일을 하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려고 가스라이터를 켰더니 불이 켜지질 않았다. 라이터 품질이 나쁜 줄만 알았던 근로자들은 한참 후에야 산소부족으로 불이 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자꾸 설기만 해 나쁜 쌀로 밥을 지어서 그렇다는 근로자들의 항의도 받았지만 이유를 알고 난 뒤로부터 새로운 솥을 고안해 내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다. 그래도 제대로 된 밥 구경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외에도 산소가 부족해서 처음에는 귀가 멍하고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서 오래 일 할 수 없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산소부족으로 장비연료가 제대로 연소 되지 않아 장비 가동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산세가 너무 험해 기능직원들이 미리 겁먹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과 어떤 사람은 고공 공포증을 느껴 아예 숙소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때는 간부들이 먼저 중장비를 몰고 앞서 나가면서 솔선수범 해야만 공사가 진행되었다.

험한 준령을 넘나들어야 하는 현장 여건상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총체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고, 도시로부터 먼 거리에 위치한 현장 사정으로 각종 자재, 중기부품들의 공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았다. 많은 중장비들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부품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번 주문하면 5~6개월이 걸린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자체에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부품도 없는 상태에서 콘크리트 정설용 펌프카가 고장이 났다. 지혜를 모아 생각해 낸 것이 포크레인에다 물통을 달아매고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현지인들이 보고 오히려 펌프카보다 성능이 좋다며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오기도 했다.

 

20㎞의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그보다 훨씬 긴 130㎞의 가도로를 만들어야 했던 알주와 산악도로 공사내용에는 계곡과 계곡을 연결하는 교량이 52개소(총 길이 3.8㎞), 산허리의 돌출부분을 뚫는 터널이 30개소(총 1.8㎞), 옹벽설치 245개소, 도로횡단 배수 구조물이 524개소가 들어있고 콘크리트 총량만해도 440,000㎥나 투입돼 토목공사의 백화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터널과 교량설치에 사용될 큐틸빔은 1만 2천여톤, 이 자재는 동아건설 부평공장에선 생산 제작된 순수 국산자재로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젯다항을 통해 들어와 설치된 것으로 그 당시에는 국산품 수출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얼마 길지 않은 거리의 도로건설에 설치된 터널·교량·옹벽 등의 수치만으로도 알주와 산악도로의 건설이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많은 터널과 구조물 공사에 사용된 화약 공급문제다. 사우디라는 나라는 화약 취급도 어렵고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발파가 늦어져 공기에 차질이 생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사우디 전국을 누비며 화약을 공급했다. 기공식에서 준공식때까지 사용한 화약은 90만㎏, 뇌관 94만개, 도폭선 41만미터, 12톤 카고트럭 120대분이 소요됐으니 산세가 얼마나 험준했겠는가 짐작할 것이다.

 

알주와 산악도로의 공사 여건과 그동안 진척상황을 살펴보면 이탈리아 엔지니어링기업인「이탈콘설트」관계자들은 공기내 완공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으니 6개월간 공기를 연장하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 동아인들은 지금까지 이곳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행한 모든 공사에서 그랬듯이 공기연장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사기간 연장이란, 벌금도 물어야 하고 관리비, 인건비의 증가를 가져오는 등 여러 가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한 물질적 손실 보다는 동아건설의 시공능력이 형편없는 회사로 평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긍지와 3개국 건설회사들의 경쟁마당에서 뒤질 수 없다는 한국인의 자부심이 앞서 공사기간 연장이란 소리를 듣기조차 싫어했다.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공사를 공기 내에 끝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공기 내에 끝내기 위해서는 공사를 하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알주와 산악도로 현장에서는 82년 10월부터 3개월 비상작전을 펼쳤다. 휴가도 뒤로 미룬 채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펼친 비상작전 기간중 공사진척은 놀랄만큼 성과가 컸다.

 

비상작전도 끝나고 준공기일을 한 달 정도 앞두었을 때 공사가 거의 끝나간다고 하니까 한데 뭉쳤던 마음들도 하나 둘씩 해이해 지기 시작했다. 공기내 완공을 위해서는 무언가 직원들의 단합된 응집력이 다시 한 번 필요한 때였다.

 

83년 새해 아침, 관리직원 50여명이 모여 「1개월에 승부를 걸자」라는 결의와 함께 머리를 빡빡 깍고 공사에 임했다. 왜 머리를 깍아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고 그냥 머리를 깍은 후 돌아서면서 웃었다. 그 미소속에는 내 나라 도로도 아닌 이 험한 도로를 닦으면서 이토록 고생하는 이유가 뭔지 알듯 모를 듯 하면서도 이 공사만은 공기 내에 끝마쳐야 겠다는 결의가 숨어있었다.

 

삭발을 했다고 공사진척율이 배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공기 내에 완공시키겠다는 결의의 표시인 것이다. 식사도 「주먹밥」으로 운반해와 먹으면서 공사를 독려하는 간부들의 삭발의지는 기능직원들에게까지 파급되어 알주와 산악도로가 공기 내에 완공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공사가 예정일인 2월중에 끝날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주로 이탈리아, 레바논인들로 구성된 감독관들도 매우 좋다(Excellent)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세계 10대 험로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알주와 산악도로공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